한국 70대의 저축액 현황
“64%가 저축 3,000만 원 미만”
70대가 되면 소득이 끊기고 완전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젊었을 때부터 은퇴 후를 준비해 통장 관리를 잘 해왔다면 편안한 70대를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70대 이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과 같은 고정 자산보다는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70대가 보유해야 할 적정 저축액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 언론사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와 함께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70대 가구의 금융자산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고령 세대는 부동산 자산 편중이 심한 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 중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28%)과 일본(38%)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주택 분양과 자산 증식을 통해 중산층이 된 많은 가정에서 부동산 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도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유동성이 부족해 일상적인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0대 고령 가구 중 42%가 저축액이 1,000만 원 미만이며, 3,0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64%에 달합니다. 반면, 저축액이 1억 원 이상인 70대 가구는 전체의 12.3%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70대 가구가 은퇴 생활에 필요한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물론 금융자산이 1,000만 원이라고 해서 전체 자산이 1,000만 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면 수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평균 4억5,364만 원입니다. 하지만 지역적 조건 때문에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산의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의 70대 저축 현황: “46%가 1,000만 엔 이상 보유”
반면, 일본은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은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 기대가 낮기 때문에 현금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일본의 금융자산 중 57.3%(약 626조 엔)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본 금융홍보중앙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의 70대 가구 중 46%는 저축액이 1,000만 엔(약 9,000만 원) 이상이며, 무저축 상태의 고령 가구는 약 25%로, 한국과 비교했을 때 저축액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일본의 70대 고령자들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계에 대한 고민보다는 사회 활동과 취미 생활을 통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데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저축 격차는 존재합니다. 70대 중 3,000만 엔(약 2억7,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반면, 통장에 저축이 전혀 없는 가구 역시 18%에 달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과 고령자들의 재정 관리 방향
NH WM마스터즈의 정보현 전문위원은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자산 비중이 높고, 생활비를 금융 포트폴리오로 충당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저성장·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는 부동산보다 현금흐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노후에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일본의 경향과도 일치합니다.
일본 고령자들은 은퇴 생활비 확보(80%), 의료비 대비(54%), 여가 및 레저 자금(18%)의 목적에서 금융자산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통장에 현금이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15%로 나타났습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전략적 재정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축적이 필수적이었던 시대에서 벗어나, 금융자산을 통해 노후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재정적 안정감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