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주택시장 얼어붙었지만
고분양가 아파트 가격 급락 현실화
시세 절반 ‘로또 청약’은 여전히 인기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씨가 계약금 1억 원을 포기하고 매매 계약을 철회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강화 정책 이후 실수요자들은 급격한 자금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고, 전세보증금 마련조차 버거운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계약 취소 건수가 폭증하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고, 10억 원대 중간 가격의 거래에서 가장 많은 계약 해제가 보고돼, 중산층 실수요자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고가 아파트 하룻밤 새 2억 하락…충격의 가격 붕괴
대출 규제 여파는 특히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더 큰 충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서초구의 대표 고급 아파트 ‘메이플 자이’에서는 하루 만에 전세 가격이 2억 원이나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실거래가가 아닌 매물가임에도 이처럼 단기간에 급락하는 현상은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해당 아파트는 초역세권 재건축 단지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지만,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여기에 대출 규제가 겹치며 매수 심리가 바닥을 쳤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강남, 송파 일대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전용 84㎡ 기준으로 1억 원 이상 떨어진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로또 청약’엔 수십만 명이 몰릴까?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유일하게 예외인 곳이 있으니 바로 ‘로또 청약’ 단지들입니다. 분양가가 시세 대비 10억 원 이상 저렴한 단지에는 여전히 수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실제로 인기 랭킹 상위권을 휩쓴 서울 강동구 대단지의 무순위 청약에는 13만 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이 단지는 12억 원대 공급가로 청약이 이뤄지는데, 현재 시세는 무려 28억 원에 달해 당첨 시 약 15억 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요자가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박지민 청약연구소장은 “과거 같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이 청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청약 시장만큼은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입니다.
냉각과 과열 공존하는 서울 부동산…앞으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금 한편에서는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로또 청약 광풍이 공존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대출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거래를 포기하고, 현금 유동성을 갖춘 일부 수요자들만이 특정 단지에 몰리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며, 정책적 보완이 없다면 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방식이라면 중장기적으로 서울의 주거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으로는 부동산 정책이 단순한 규제가 아닌 실수요자 보호와 공급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