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만 봐선 안 된다
청년에게 되레 유리한 구조 변화
전문가들 “지금 안 바꾸면 더 부담”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청년 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금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대학가에서는 “기성세대의 혜택을 청년이 책임지는 구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상은 미래세대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로 인해 현세대 청년들의 연금 구조는 오히려 더 안정되고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보험료율 인상, 청년에게 오히려 이득입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이 젊은 세대에 실질적인 이득이 된다는 주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젊은 세대를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현재 20대 청년의 경우, 아무런 개혁이 없다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2056년 이후에는 보험료율이 30%까지 급등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반면, 이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71년까지 연장되며, 전체 생애 보험료 부담도 평균 14.3%에서 12.7%로 낮아지게 됩니다. 즉, 당장은 인상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낮은 비율로 더 오래 안정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55세 이상 기성세대는 인상된 소득대체율의 실질 혜택을 오래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청년 세대가 개정안의 직접 수혜자가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대 간 연대가 핵심입니다” 공적 연금의 본질 다시 보기
국민연금 제도는 본질적으로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구조입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세대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고 있는 이유는 과거 노동인구가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현재 청년세대도 다음 세대를 위해 연금 제도를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방송에서 “현재 보험료를 내고 있는 베이비부머가 빠지면, 그 공백을 메우는 건 결국 청년들”이라며,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에 훨씬 더 큰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선택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은 맥락을 놓친 주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히려 청년을 위한다면, 보험료 지원이나 감면 같은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제도에 균열을 낸 ‘첫 번째 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큽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연금은 수십 년에 걸친 점진적 개혁이 필요한 제도”라며 “지금처럼 기금을 유지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조정하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도 단기적인 여론이나 감정적 논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혁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가 아니라, 청년의 미래를 책임지는 실질적 대안”이라며,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감과 설득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연금개혁은 누구의 부담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세대가 책임 있게 나서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