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내 집, 입주 연기 위기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에 불안 가중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시공사 갈등
다음 달 새 집으로 이사할 꿈에 부풀어 있던 김모 씨(35)는 최근 날벼락 같은 소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아파트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입주가 갑자기 미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결혼 이후 오랜 기간 월세를 살며 힘겹게 마련한 첫 내 집이지만, 입주는커녕 짐을 풀 공간조차 없는 상황에 부부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입주 지연 문제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는 완료됐지만 주변 공공 인프라 공사가 늦어지거나 시공사와의 비용 갈등으로 입주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인가가 지연되면 입주는 불가능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입주자에게 전가됩니다.
공사비 증액 갈등, 단지마다 ‘이사 못 가는’ 집들 늘어난다
서울의 대형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외에도 신반포4지구, 잠실 진주 아파트 재건축 현장 등은 시공사와 조합 간 입장 차이로 입주일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특히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 측과의 긴 협의 끝에 올해 초 305억 원의 공사비 증액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다른 단지들은 여전히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공사가 다 끝났는데도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황당하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단지는 ‘부분 입주’조차 허용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은 임시 거주지 마련에 또 다른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급등한 공사비, 시공사-조합 모두 ‘불만’…문제는 기준 부재
공사비 증액 논란의 핵심 배경은 건설 원가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이후 공사비는 30% 가까이 상승했고, 이는 고스란히 시공사의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계약서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반영하는 조항이 모호하게 적혀 있어, 각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세우며 충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설비용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인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계약 체계와 협상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현재의 모호한 기준은 오히려 갈등만 키우고, 입주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연쇄 위기 신호…줄어드는 공급, 늘어나는 입주 불안
공사비 인상은 시공사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자금 압박을 받은 중소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으며, 지난해만 해도 29개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습니다. 이 가운데 86%는 지방 소재 중소건설사로,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만이 간신히 버티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기업 부도로 끝나지 않고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공급난과 전셋값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3만 7000가구지만,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1만 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공사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공사와 조합 간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