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여윳돈, 70만원 선 붕괴
5년 만에 최저치…나홀로 3분기째 ‘감소’
중산층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월급이 오르고 있다는 통계와 달리, 실제 가계에는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산층의 여윳돈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제는 70만 원도 남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 중인 김모(45) 씨처럼 자녀 교육비와 대출이자, 생활비 등으로 매달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산층이 많아지면서, ‘월급은 늘었는데 왜 돈은 없을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산층의 위기는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계소득 증가 속에 숨은 그림자, 70만원이 사라졌다
2023년 4분기 기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소득 3분위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평균 65만8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불과 1년 전보다 8만8000원이나 줄어든 수치이며,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5년 만에 70만 원의 벽이 무너졌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산층의 흑자액은 무려 3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전체 평균 가구는 최근 들어 흑자액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대비됩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자산을 축적하기보다 생존을 위한 지출에 몰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사회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세금·교육비까지…끝없이 늘어나는 지출
중산층의 실질 여윳돈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한 비소비지출 때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 중산층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단순한 물가 상승 수준을 넘어선 부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부동산 취득세와 등록세 같은 비경상 조세로, 무려 491.8% 폭증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노력은 오히려 중산층 가계에 치명적인 지출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비용 역시 10만8000원으로 다시 10만 원 선을 넘었고, 교육비 지출은 14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늘었습니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일수록 이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비도 줄어든 중산층…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중산층의 재정적 부담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에 따르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2·3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 수준은 아직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최상위 계층(4·5분위)과 저소득층(1분위)은 소비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의 불균형을 보여줍니다. 소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중산층이 무너질 경우, 내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경기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비 여력이 부족한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경기 침체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해법 없이는 버틸 수 없다…정부의 과제는?
정부는 현재 중산층의 소비 여력 회복과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 정책만으로는 중산층이 처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 완화, 고금리 대응 방안 등 보다 구조적인 해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질 소득 향상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중산층이 다시 소비 여력을 회복하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절실합니다. 중산층의 지속적인 약화는 곧 우리 경제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 바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