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시세 하락,
패밀리카도 예외 없었다
한창 성수기로 분류되는 봄철, 중고차 시장에서 이상 기류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패밀리카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기아 카니발이 이례적인 가격 하락세를 기록하며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간 봄철은 ‘첫차 구매’, ‘가족 나들이용 차량’ 수요가 몰리며 중고차 거래량과 시세가 함께 오르는 계절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중고차 시장 전반에 약보합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소비 심리, 유지비 부담, 차량 세그먼트 간 선호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가장 잘 나가던 차가 왜?”…
SUV 대표 카니발, 가격 하락 충격
엔카닷컴이 발표한 4월 시세 자료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 4세대 9인승 프레스티지 모델은 전월 대비 1.57% 하락했습니다. 봄철 가족 중심의 구매 수요가 집중되는 RV·SUV 부문에서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패밀리카’로 불리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온 카니발의 하락은 단순히 시세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같은 기간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1.24% 하락했고, 현대 싼타페 역시 1% 떨어졌습니다. 이는 연비 부담, 세금, 차량 크기에서 오는 주차·운전의 불편함 등 SUV의 단점들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유지비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점차 소형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차·전기차는 상승 중”…
소비 트렌드의 확실한 변화
반면 소형차 및 전기차는 강세 흐름을 보이며 명확한 시장 흐름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대 캐스퍼 인스퍼레이션은 0.90% 상승, 기아 더 뉴 레이도 소폭이지만 0.05% 상승해 가격을 지켜냈습니다. 이러한 경차의 선방은 단순한 가격 요인을 넘어, 도심 주행의 편의성, 유지비 절감, 젊은 소비자들의 실용주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1.69%), 모델Y 롱레인지(1.67%)가 나란히 큰 폭 상승을 기록했으며, 수입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SUV인 볼보 XC60도 1.16% 상승해 ‘에코 트렌드’의 지속성을 증명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보다 효율, 체감 연비, 세제 혜택 등을 중심으로 구매 기준을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수입차도 흔들… ‘감가 공포’에 고급차 매력 약화
중고차 시장의 흔들림은 수입차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0.37% 하락했으며, 특히 프리미엄 독일 브랜드 모델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벤츠 C200 AMG 라인은 2.15%, 아우디 A4는 2.56%, 폭스바겐 티구안은 무려 2.62% 하락해 수입차 중에서도 중형 세단과 SUV 중심으로 감가 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벤츠 E250, 볼보 XC90 역시 1% 이상 하락하며 고급차의 ‘중고차 방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구매자들이 차량 감가율을 매우 세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며 “단순 브랜드 파워보다 실질적 운용비와 잔존 가치가 우선되는 구조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