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반토막난 현대차
중국 전시회 전면 불참 결정
현대자동차그룹이 20년 넘게 참여해온 중국 최대 자동차 전시회 ‘상하이 모터쇼’에 올해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이 행사에서의 이탈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뚜렷한 변화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현지에서의 판매 부진과 함께, 전기차 시장에서의 약한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입지 약화와 전기차 시장 부진
현대차그룹은 2019년 중국 시장에서 101만 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4.7%를 기록했지만, 2024년 들어 판매량은 절반 이하인 43만 대로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1.6%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 상위 10위 안에 든 해외 브랜드는 테슬라가 유일했고, 현대차는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BYD, Wuling, Xpeng, Li Auto 같은 자국 브랜드의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BYD는 올해 1~2월에만 61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전년 대비 9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고, 현지 전기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차의 중국 내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으로 전략 무게중심 전환
현대차그룹은 상하이 모터쇼 대신 같은 시기에 열리는 ‘2025 뉴욕 오토쇼’에 참가하며 전략적 무게중심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도 4월 중 열릴 예정으로,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EO는 “아이오닉5와 차세대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공장은 기존 계획과 달리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혼류 생산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내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과 미중 무역 갈등, 고율 관세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인 170만 대 이상을 판매했고, 제네시스를 포함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도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2월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철수 가능성… 일시 후퇴일까, 전략적 전환일까
현대차의 상하이 모터쇼 불참이 단순한 행사 회피인지, 아니면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 신호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다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력한 내수 보호 정책, 현지 브랜드 선호도, 가격 경쟁력 열세 등으로 인해 현대차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의 전략을 조정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포함한 제품 라인업 확대,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통한 관세 회피 등 전방위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상하이 모터쇼 불참 결정은 단순한 행사 일정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며, 향후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중심 무대가 될 가능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