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215조 원 돌파
주식·펀드로 몰린 자금 주목
소비 줄이고 투자 늘린 국민들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가계의 지갑은 꽉 닫혀 있는 반면, 여윳돈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습니다. 투자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들의 신중한 행동이 반영된 결과로, 한국 경제 내 자금 흐름의 변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의 정체, 기업 투자 감소가 겹치면서 남은 자금이 금융자산 중심으로 재배치되고 있으며, 이는 곧 ‘돈은 돌지만 체감 경기는 얼어붙은’ 양극화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상 최대 215조 원… ‘쌓이는 돈’의 흐름이 달라졌다
한국은행이 4월 10일 발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 5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55조 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는 통계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입니다. 순자금 운용액이란 한 해 동안의 자금 운용액에서 차입 등 조달액을 뺀 금액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남는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특히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소비 위축, 소득이 지출을 앞지르는 현상이 겹치면서 자금이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남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단기 소비보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산 축적 경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는 평가입니다.
예금 대신 주식·펀드로… 변화하는 자산 선호도
늘어난 여윳돈은 전통적인 예금보다는 주식, 펀드, 보험, 채권 등 투자성 금융자산으로 몰렸습니다.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액은 전년 -6조 1천억 원에서 42조 4천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채권은 37조 9천억 원, 보험·연금도 62조 5천억 원이나 늘어났습니다. 반면, 은행 예금을 포함한 금융기관 예치금은 오히려 16조 원 이상 감소해 **’예금의 시대에서 투자 시대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가계가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자산을 늘리려는 이중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는 위축, 투자도 신중… 얼어붙은 체감 경기
가계뿐 아니라 기업도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액은 65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4조 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현금 유보와 자산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국민들은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지출보다는 저축과 투자를 선택하고 있지만, 이 흐름이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여윳돈 증가는 긍정적인 유동성 지표이지만, 실질 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내수 경기 회복엔 한계가 있다”고 경고합니다. ‘쌓이는 돈’이 결국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근본 명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