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도 있는 30km/h
운전자들이 유독 신경 쓰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과속 단속’일 것입니다. 단속 카메라가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매번 지나갈 때마다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스쿨존 30km/h 제한은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30km/h 제한이 스쿨존 말고 한 곳 더 있습니다. 바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입니다.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다 보면 톨게이트 근처에 30km/h 속도제한 표지판이 보입니다. 여기서 과속을 했을 때 원칙적으로 단속 대상일까요?
제한 속도 있어도, 단속 못하는 상황
몇 년 전 ‘톨게이트 과속 단속 시행’ 루머로 전국이 떠들썩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하이패스 차로 진입 시 제한 속도에 맞춰 천천히 통과하는 운전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톨게이트 제한 속도는 2010년에 도입되어 있으며 별도 제한 속도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속 역시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실제 단속이 된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하이패스 차로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행 중인 차량의 속도를 측정하진 않습니다. 이유는 ‘권한’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톨게이트는 한국도로공사 관할이지만, 과속단속은 경찰청 권한이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규정은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의미없는 속도 제한 표지판
톨게이트 제한 속도에 대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고속도로 특성상, 30km/h 속도 제한은 급정거 수준의 감속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톨게이트 앞 감속과 관련해, 추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도로 폭이 좁은 하이패스 구간은, 운전자의 심리가 위축되기 쉽고 결국 속력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불편을 초래합니다. 경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보니, 휴가철/명절 한정 합동 단속이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단속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넓어진 다차로 하이패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차로 하이패스’가 전국적으로 도입 중입니다. 여러 차로를 하나의 하이패스 차로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곳을 의미합니다. 기존과 다른 점은 좌우에 설치되어 있던 하이패스 관련 구조물을 치웠으며, 번호 인식 카메라는 공중이나 운전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위치로 옮겼습니다.
또한, 제한 속도는 상향되어 기존 30km/h에서 80km/h 로 변경됐습니다. 덕분에 100km/h 제한 속도인 곳이 대부분인 고속도로에서 교통 흐름을 유지한 채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다 차로 하이패스 도입 이후 시간 당 1,100대였던 기존 교통량이, 시간당 1,800로 64% 증가했습니다. 특히 하이패스 차로 폭이 3.6m로 확장 되어 대형 차량도 이전에 비해 부담 없이 지나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구형 하이패스 차로
하이패스가 도입되던 초기에는 차단기가 있어 현재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효율적인 형태로 바뀌는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좁고 불편한 하이패스 차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모로 단점만 존재하는 해당 차로를 하루빨리 다차로 하이패스 등 개선된 시스템으로 바꿔, 운전자들의 불편함이 해소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