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강남 탈출 러시
세금 부담에 짓눌린 은퇴층
똘똘한 한 채의 신화 무너지나

올해 상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강남에서 집을 파는 50대 이상 은퇴자’의 급증입니다. 특히 강남구는 이 비중이 70.4%로 서울 전체 평균(60.3%)을 크게 상회하였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66.9%, 62.4%를 기록해 강남 3구 전반에서 매도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아파트를 매도한 경우가 급증했는데, 서울 전체에서는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이 중 거의 30%가 강남에 집중되었습니다. 자산가치가 오르면 노후가 든든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유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똘똘한 한 채’가 최고의 노후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산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하나로 버티는 시대는 끝… 안전한 자산 아니게 된 이유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은퇴 후 고정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대 보유세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자산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이 더뎌지는 지역의 경우, 노후 아파트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비효율 자산’이 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지면서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40~50년을 버틴다는 건 비현실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강남 은퇴자들은 부동산에만 의존했던 자산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장기 보유에 따른 실익이 줄고, 미래가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발적인 매각과 전략 수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노후 대비 전략, 이제는 ‘분산’과 ‘현금 흐름’ 중심으로 전환 중
변화는 전략에서부터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은퇴자들은 부동산 중심 자산에서 금융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국민연금·퇴직연금 외에도 집을 팔아 개인연금에 가입하거나, 장기 배당주 ETF·물가연동 국채 같은 상품을 병행하여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은퇴 이후 고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변화입니다. 고평가된 대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중소형 또는 지방 저가 주택으로 옮기며, 차액을 활용해 수익형 부동산이나 안정적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다운사이징’ 전략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산을 줄이자는 개념이 아니라, 자산을 유동화하고 현금 흐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더 이상 부동산 하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산 운용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 한국 자산시장 전환점 맞이해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인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일부 강남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이지만, 앞으로는 서울 전역, 나아가 전국 단위로 확산될 수 있는 흐름입니다. 정부와 금융권도 이 흐름에 대응해 다양한 연금 상품, 분산 투자 전략을 장려하고 있으며,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 중심으로 자산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내 집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과거의 공식이 되었고, ‘현금흐름’과 ‘분산투자’가 노후 대비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강남을 떠나는 은퇴자들의 행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한국 자산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하나의 징후가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