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예·적금 금리 줄줄이 인하
대출금리는 당국 관리 이유로 제자리
서민 금융부담 더 커질 전망
최근 은행권의 예금 금리가 줄줄이 인하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매달 예금을 착실히 넣고 있던 소비자들조차 “이자 수익은 줄고, 대출 이자는 그대로”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까지 계속 바뀌자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예금 금리만 줄줄이 인하…대출은 ‘제자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369정기예금’과 ‘행복knowhow연금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2.80%에서 2.50%로 낮췄고, 우리은행도 일부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신한은행 역시 이르면 이번 주 예금 금리를 조정할 계획입니다. 현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2.80~3.10% 수준으로, 2주 전보다 최대 0.20%포인트 하락한 상태입니다.
반면 대출 금리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습니다. 집값 상승 조짐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대출 관리를 강화하자,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특정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당국의 관리 요구가 큰 지금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만에 바뀐 정책…은행권도 혼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대출 정책이 불과 한 달 만에 방향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융위원장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대출금리에 반영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금융감독원장 또한 가산금리 실태조사를 예고하며 대출금리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자, 지난 17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갑작스럽게 대응 전략을 수정하게 됐고, 내부에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준비했는데,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뀌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대금리차 확대…서민만 피해
결국 예금금리는 내려가고, 대출금리는 유지되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기준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6%포인트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은행의 이익은 늘고, 서민들의 금융 부담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정책금융을 제외한 5대 은행의 일반 가계대출은 오히려 5조 원 넘게 감소했는데, 이는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 이자 수익은 줄고, 대출 이자 부담은 그대로여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서민들만 불안한 현재…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이처럼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일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에도 또 다른 정책 전환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민 금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예금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균형 있게 반영하는 정책, 그리고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 규제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금융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